[논문]조중헌. 2008. “남성성 규범과 젠더화된 관계성의 측면에서 본 성구매”. 「젠더와사회」 7(1): 219-253.
등록일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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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물학적이고 자연적인 남성 성욕 담론에 의해 정당화되는 남성 성구매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나는 차별적으로 젠더화된 사회구조 및 그와 맞물려 있는 현대사회의 핵심적 남성성 규범이 어떠한 방식으로 남성들의 성구매와 관계를 맺는지 살펴보려 했다. 구조적으로 남성들은 여성에게 한편으로는 성적ㆍ경제적 능력에 기반한 자신의 권력을 획인해주는 역할을,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서적ㆍ관계적 한계성을 채워주는 역할을 기대ㆍ요구하며 그들의 성을 사고 있다 - 여기서 남성의 성적 욕망은 관계성과 감정의 영역을 아우르며 젠더화된 복합성을 띤다. 뿐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남성들은 ‘여성보다 우월한 성’으로서의 자신들의 집단정체성을 유지ㆍ강화하며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의 경험을 공유한다. 사회적 기득권과 남성성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남성들의 권력 경험은 ‘모순적’이라, 그 반대급부로서 남성들은 소외감 등 개인적 차원에서 정서적ㆍ관계적 한계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남성들의 ‘권력(power)’과 그에 대한 대가로서의 ‘고된(pain)’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여성이 받는 체계적 억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피해라 할 수 있으나, 남성 스스로도 기존 젠더 구조의 해체로부터 이로움, 즉 ‘고통의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여성주의적 실천의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 ‘섹슈얼리티’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남성들은 ‘성매매’를 통한 ‘권력 실현’이나 ‘조작된 쾌감’이 아닌, 주체와 주체 간의 친밀감이나 소통 그리고 솔직함에 근거한 성적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에게 주어진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이른바 ‘권력’과 ‘고통’의 유기적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풀어내야만 제대로 이행될 수 있다. 남성이 겪는 개인적 차원의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경우, 오히려 젠더 불평등의 구조적 조건에 대한 접근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작동하는 모든 공/사 영역을 가로지르며 ‘구조적 지배’와 ‘개인적 고통’을 직조하는 젠더 시스템에 분열을 일으키는 작업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젠더 질서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이제 막 작은 갈등을 빚어내기 시작하는 한 남성 개인의 성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체는 개인이고 실천은 개인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만 그들이 품어야 할 시각만큼은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생활과 그 안에서 맺게 되는 (성매매를 포함한) 여성과의 관계들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은 자신에게 사회적 권력을 보장하는 남성지배 구조에 관한 성찰적 이해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