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Colabo' 기관 방문 및 심포지엄 참석
2019년 12월 18일 (수)부터 12월 21일 (토) 까지 사이버또래상담원 두 명은 조진경 대표님과 함께 일본 ‘Colabo’에 방문했었습니다! 21호 뉴스레터 짤막 소식으로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이번에는 그 자세한 여정을 다루고자 합니다. 첫째로, 12월 18일 (수)에는 ‘Colabo 버스 아웃리치'에 참여하였습니다. 성인 활동가와 청소년 활동가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아웃리치 및 물품 나눔&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한 핑크 버스 내부에는 청소녀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옷, 속옷, 콘돔, 생리대 등)을 자신의 욕구에 맞춰 골라갈 수 있도록 진열되어 있었고, 야외 텐트 형식인 쓰보미 카페에서는 따듯한 느낌의 조명과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청소녀들이 이곳에 부담 없이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혹시나 아웃리치 및 핑크 버스 운영 도중 공격받을 상황(야쿠자 등)을 대비하여 십대여성인권센터의 법률지원단처럼 변호사들로 꾸려진 분들이 핑크버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어 지금껏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숙소에서 핑크 버스로 향하던 도중, 날이 저물자 거리의 조명이 켜지더니 차분했던 길가가 단숨에 성매매 알선의 장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낮에는 가로수 길처럼 고요했던 곳이 밤이 되자 한국의 유흥업소 밀집거리를 보는 것 같았고, 접근하기도 매우 쉬웠습니다. 일본에서는 만 14세 이하의 경우, 아예 아르바이트 자체가 불가하지만 그 이상의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를 임의 작성하여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니 이러한 부분을 정부 및 지자체에서 엄격하게 단속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날에는 이토 시오리 기자의, ‘미투 보고대회’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2015년 4월, 당시 TBS 워싱턴 지국장이던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가 진로상담을 위해 가진 저녁 식사자리(술 포함)에서 의식을 잃은 이토 시오리 기자를 호텔로 옮겨 성폭행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때 이토 시오리 기자는 야마구치가 묵고 있던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고, 2017년 7월. 그녀는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1100만엔(한화 약 1억1700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하여 2년여 만인 2019년 12월 18일, 마침내 승소하게 됩니다. 이토 시오리 기자의 기자회견 후, ‘합의된 성관계였다’ 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하였던 야마구치에게 재판부는 해당 건을 기각하였고, 또한 이토 시오리 기자에게 330만엔(한화 약 355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하였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성적인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자신의 사건이 재료가 되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는 이토 시오리 기자의 보고대회 발언은 아직까지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일본 사회의 현실과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일본 내의 잘못된 성 문화를 짚어 주고, 나아가 숨어있는 피해자가 용기를 주고 있던 이 ‘미투 보고대회’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둘째 날인 12월 19일 (목)에는 일본 유일의 미혼모 지원시설인 자애료(慈愛寮)를 방문하였습니다. 시설 특성상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해당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도쿄도 여성 상담원(공무원)의 연계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입소가 가능하고, 한번 입소를 하게 되면 출산 4개월(6개월)까지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출산 이후 산모와 아이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고 합니다. 시설에서 퇴소를 하게 될 경우 성매매 환경에 재차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하여, 자애료에서는 퇴소한 산모와 아이에게 사후지원을 제공함으로서 그들이 안정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입소자들에게 법률, 심리, 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연클리닉, 성 인권 등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공방을 통해 아이의 옷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 산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 또한 산모에게 자발적 참여를 권유하고 있던 점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애료의 최연소 입소자가 17세였던 것으로 보아, 성매매 등의 이유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청소녀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들이 상상이상으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그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 및 보호 시설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자애료를 방문하며,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이 보다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복잡한 입소 절차를 조금 더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들었습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일본 ‘Colabo’의 자립지원 쉐어하우스를 방문하였습니다. 이 쉐어하우스는 1인 1실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동네 주민들도 그들이 콜라보 활동가들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집안에는 다른 가정집처럼 부엌과 화장실, 개인 방, 거실, 베란다, 세탁기, 욕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쾌적한 환경과 함께 생활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부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시설은 대체적으로 단체 생활을 강조하는 편이었지만, 도리어 일본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을 가지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시설 형태가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 12월 20일 (금)에는 요미우리랜드를 방문하였는데요~ 한국의 롯데월드라고 이해하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는 여러 놀이기구를 타고 여러 체험을 하며 ‘colabo’ 성인 활동가 및 청소년 활동가들과 함께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이 되자 요미우리랜드 전체에 형형색색의 불이 들어오면서 분수쇼가 펼쳐졌는데 그게 또 정말 장관이었답니다! 친구와 함께 가도, 가족과 함께 가도 즐겁게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21일 (토)은 대망의 심포지움 날이었는데요, 심포지움의 주제는 <십대청소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한일 실천으로부터 당사자 주체지원 방안을 생각한다> 였으며, 해당 주제에 대해 일본의 colabo, 한국의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EXIT, 자립팸 이상한 나라가 함께 강연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첫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조진경 대표님께서는 한국의 성착취 실태를 설명한 후 성착취 피해 십대여성을 위한 본 센터의 통합지원시스템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또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자발/강제 프레임을 적용하여 ‘대상’ 아동청소년과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하고 있는 현행 ‘아청법’(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함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사이버또래상담원(사또)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현재 사또로서 가출 및 성착취 피해가 있는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며 과거의 나 또한 구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많이 떨렸지만 심포지움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편안하게 한 자 한 자 내뱉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비 청소년 독재 사회에 탈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청소년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함께 행동해 나가는 곳인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EXIT의 발표를 듣고, 거리의 여성청소년들이 앨리스로서 자신의 선택권을 바탕으로 생활하고 주체성과 자율성 등을 느낄 수 있는 ‘집’을 운영해나가는 자립팸 이상한 나라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성착취 피해 청소년 혹은 거리 청소년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각 기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힘쓰고 있는지 알게 되자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과 함께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단순 피해자 지원이 아닌 ‘당사자 주체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당사자가 활동가로서 어떻게 결합하여 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어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나흘 동안의 뜻 깊은 시간을 마무리했습니다. colabo 간담회와 colabo 버스 아웃리치, colabo 자립지원 쉐어하우스, 자애료(慈愛寮) 방문, 요미우리랜드 체험, 심포지움 참석까지 정말 알차고 뜻 깊은 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포지움을 마무리 할 때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의 마음은 모두 같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는데요, 이 말을 깊이 기억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나가고, 변화를 촉구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이 생생한 기억이 잘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