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짜인 각본이 있는 만큼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유독 눈물이 났었다면 이번 어폴로지는 실제 위안부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영화의 전 부분이 내게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리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기에 영화를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면 사랑하는 가족이 떠날까 두려워 평생 비밀을 지켜야 했던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심장 깊이 박힌 가시를 뽑고 싶어’라는 말이 아직까지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중국 차오 할머니의 동네 사람들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 숨길 수 있다면 숨기는 것이 더 좋다’ 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였는데, 이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아직도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보지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잔인하게 다가오는지.. 나 역시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괜히 차오 할머니의 이웃 사람들이 원망스러웠고, 원망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앞으로의 세대가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 결국은 가족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진짜 나비가 되어 세상을 떠나신 아델라 할머니, 입양한 딸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렵지만 용기를 내어 책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차오 할머니.. 그리고 위안부 피해를 입으신 모든 할머니들을 기억하려 한다.
그 분들이 누구로부터 어떠한 피해를 입으셨는지, 전쟁이 끝났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위안부라는 깊은 낙인이 어떠한 의미로 남게 되었을지 나는 기억하려 한다. 위안부라는 문제는 내게 깊은 아픔으로 자리 잡혀 있지만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 내가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이 기억할 때, 모두가 위안부 문제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이미 지난 역사의 일부분이라 생각하지 않고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서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귀향’, ‘눈길’, ‘어폴로지’처럼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과 많은 사람들이 어폴로지를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위안부 문제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