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11호) 만 13세 하은이 성착취 사건

등록일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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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언론의 집중을 받은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바로 ‘만 13세 하은이 사건’입니다. 하은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14년 6월, 지적능력이 7세 수준인 만 13세 하은이는 가출 후 잘 곳이 없어 도움을 청했던 6명의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1주일 만에 겨우 찾은 하은이는 정신분열과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시도를 하였고, 하은이 친모는 어쩔 수 없이 신경정신과에 입원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하은이를 지켜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남성 보호사에 의해 또 다시 성폭력을 당하였고, 설상가상으로 하은이가 자발적으로 어플리케이션에 ‘재워줄 사람’을 찾는 방을 개설하였고, 치킨과 떡볶이 등을 얻어 먹었다는 이유로 자발성과 대가성이 있었다고 하여 성폭력 사건에서 성매매 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면서 피해자 조사와 지원을 받았던 기관에서도 모든 지원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 때 학교 부적응 문제로 하은이를 상담하고 있던 본 센터 심리지원단 서은미 선생님께서 하은이 사건이 성매매로 수사방향이 바뀌면서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본 센터에 하은이 사건을 맡아줄 수 있는지 의뢰를 해왔습니다. 2014년 7월에 만난 하은이는 다수의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후, 보호를 받아야 할 병원에서조차 보호사에게 또 다시 성폭력을 당하게 되어 극심한 혼란 상태였고 하은이의 친모 역시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세를 보였으며 하은이 사건을 위해 생업까지 포기한 상태여서 경제적으로도 몹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본 센터에서는 우선 하은이와 하은이의 친모에게 심리 지원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하은이는 본 센터에서 운영하는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 5박 6일 청소년성장캠프와 지지모임 등에 참석하였고, 친모는 피해자 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점차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본 센터의 지원 시작 전, 이미 하은이를 성폭행한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 상태에서 하은이는 더 이상 진술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서 본 센터에서는 수사처리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2014년 12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로 조사를 받던 6명의 가해자 중 표씨와 이씨가 대가성이 없다하여 성매매 범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는 통지서를 하은이 친모가 본 센터로 가지고 왔습니다. 성폭력이 성매매로 인지되어 버린 것도 억울한데 그나마 성매매 범죄로도 기소되지 않은 사태를 보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하은이 친모의 눈물을 보며 뭔가 잘못되어도 너무나 잘못되었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본 센터에서는 법률지원단 변호사님들과 의논 뒤 항고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014년 12월, 본 센터 서순성 법률지원단장이 재직중인 법무법인 (유)원의 서순성, 기희광, 원민경 변호사님이 항고장을 제출하여 재기 수사가 결정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8월말 현재까지 하은이의 법률지원 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아 래>

가해자들이 일단 형사 재판에서 모두 처벌을 받았고, 이는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모두 인정되었다는 것이기에 본 센터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린 피해자 하은이는 이 사건들로 인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하은이의 가족들 역시 끔찍한 범죄 피해와 경제적 궁핍에서 평생을 헤어 나올 수 없음에도 가해자들은 벌금이나 집행유예만으로 면죄부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불합리하고 대단히 잘못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 센터는 법률지원단 변호사님들과 함께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같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 결과가 재판부마다 상이했습니다. 김씨 건은 하은이의 지적 장애가 인정되어 원고 일부승소를 하였는데, 양씨 건은 원고 패소한 것입니다.

2016년 4월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패소 이유는 하은이가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인정할 수 없고, 이에 피해자로 평가된다거나 하은이가 가해자 양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어떠한 권리도 갖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가해자 양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하은이 역시 성매매 범죄에 가담한 “대상청소년”으로 피해자가 아니기에 양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 원고 패소라는 것입니다.

이에 지난 2016년 5월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178개의 유관 기관과 공동성명서를 발표 후, 항소장 제출을 하였습니다. 이후 이 사건은 <그것이 알고 싶다>, <모닝와이드> 등 각종 언론사에서 집중 취재를 시작하며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 6월 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패소와 같은 이유로 또 다시 원고 패소하였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하은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합니다. 자기결정권의 주체는 개인의 성숙한 판단능력을 전제하므로 미성년자나 심신장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벼랑 끝에서 선택권이 하나도 없었던 하은이에게 자기결정권이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가해자들의 행태에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대가성과 자발성, 이 두 단어로 하은이가 겪은 성폭행은 ‘성매매’가 되었고, ‘대상청소년’이 되었습니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상 청소년”이라는 단어 하나로 피해를 겪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낙인이 찍힌 채 또 다른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이것은 비단 하은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본 센터는 하은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지속적인 상담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하여 하은이의 인권을 지키고 보상을 받게 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항소중입니다. 앞으로 또다시 하은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소심 모니터링은 물론 공동의견서 제출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활동 전개 등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함께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