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성매수에 이용되는 주요 통로인 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사이버 공간에서는 지금 이순간에도 아이들의 성을 사겠다는, 교복을 입으면 더 좋다는 게시글을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매매가 불법인 이 나라에서 버젓이 아이들의 성을 사겠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잘못했다고 이야기할 줄 아는 사회가 돼야 한다”.
36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8일 오전 11시 정부 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매매에 유입되는 아동·청소년을 성착취 피해자로 보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법무부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공대위는 “아동 청소년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의 책임은 성매수자와 알선업자들에게 있다”면서 “피해 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제 교육과 보호처분은 범람하는 성착취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사법적 횡포”라고 밝혔다.
현행 아청법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되면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 상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관찰부터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까지 아이들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절도·폭행 가해자, 성매매 알선을 강요한 또래 포주들과도 같은 처분을 받는다.
아청법 38조 1항에는 “대상 아동·청소년에 대하여는 보호 및 재활을 위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공대위는 아청법에 있는 ‘대상 청소년’ 개념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하는 법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발언자로 나선 권주리 십대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보호처분은 아이들에게 처벌로 여겨져 피해 경험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하고, 알선자에게 ‘너도 처벌받는다’라고 악용되어 성매수 범죄의 굴레에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심아라 경기위기청소년센터 교육상담원도 “성착취 피해 청소년에게 성매매는 알선자와 구매자들을 통해 자신을 옭아매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도록 무기력하게 만드는 폭력이다”이라며 “착취, 갈취, 폭행, 협박, 살인 등의 피해 상황에 놓여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청법 개정 움직임은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착취 아동을 피해자로 보는 아청법 개정을 권고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을 삭제하는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법무부는 이러한 아청법 개정에 미온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성매매 유입 청소년을 성폭력 피해 청소년과 동일하게 다루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대상 청소년 개념을 없애면 성매매 가담 청소년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절차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1월 여성가족부와의 2018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청소년들을 대상자에서 피해자로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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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날짜: 19. 01. 28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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