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이 일을 그만 둘 때, 우리끼리는 흔히 탈성매매 한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이유로 탈성매매를 했지만, 결국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아올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던터라 돌아오는 것을 결정하는 것에는 고민이 깊었습니다. 어찌보면 저는 이미 성인 상담에 셋팅이 되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변수가 많고, 예측이 불가한 “청소년”을 지원한다는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이라는 개념을 좀 더 확장시켜서 저연령화된 여성으로 생각을 바꾸니 조금은 용기가 생겼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던 선배활동가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지원 대상이 누구이던지 제가 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보니,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청소년 지원체계에서 성매매피해 청소년은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제외되는 점, 청소년성매매피해자가 피해자와 처벌을 요하는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되며 성인과 다름없게 받게 되는 처우, 성매매 현장의 도돌이표 같은 자발과 비자발, 생계형과 비생계형 담론 등은 떠나 있던 1년 여간 조금도 변화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나에게는). 답답함과 동시에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힘이 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제가 느낀 것들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추진, 청소년성매매 전문상담소 필요성 개진 등)로 개입을 하고 있었고, 저는 모 배우의 말처럼 숟가락을 얹으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3월을 보냈고, 제 6기 사이버또래상담원 양성교육까지 마치고 보니 어느덧 4월 말이 되어 있습니다. 총 9명의 교육생이 양성교육 기간 동안 지각 한 번 없이 전원 수료를 했고, 인턴쉽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인턴쉽이 끝나면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뜻을 함께 하는 식구가 늘어나는 기분 좋은 부담감도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제가, 십대여성인권센터가 해야 할 일은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며.. 앞으로도 뜻을 모아 함께 달려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