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십대의 이야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경험을 했다. 성폭력피해경험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또래 애들과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14살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 많은 어른들이 도와주신 것 같다. 하지만 힘이 들어서 그랬는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들이 도와주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나 혼자 방치 되었다고 생각했고 왜인지모를 외로움과 허전함 때문에 많은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나이 차이는 상관이 없었다. 어린 나에게 잠자리를 요구해도 상관이 없었다. 외로움을 채우려 사귀었던 것인데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채워진다고 착각을 했지만 만나고 집에 오면 허전했다.
계속해서 공허함을 느껴 휴대폰으로 채팅 어플을 깔게 되었다. 호기심으로 대화하려고 들어간 어플은 아주 쉬었다. 나이와 성별만 입력하면 되었다. 어플을 시작한지 5분도 채 안 되어 쪽지가 왔다. “5만원 줄테니 만날래?” 나이와 거리를 보니 27살 남자고 집 근처였다. 난 어리지만 나에게 순수한 의도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제시한 돈보단 호기심과 자극적인 말에 답장을 보냈다. “왜 줄건데요?” 그랬더니 바로 답이 왔다. “드라이브 좀 하고 같이 밥도 먹고” 당연히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연락하거나 만났던 남자 중에 제일 나이도 많고 이 남자는 위험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나는 만나자고 하였고 약속된 장소에 가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뭔가 아차! 싶었다. 상대는 12살 차이가 나는 아저씨였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호기심으로 만나려 했던 것이 후회되고 공포로 다가왔다. 상대는 도착해서 날 알아봤고 ‘차에 타’ 라고 했다. 차에 타서 무서워하고 있는 나에게 상대는 ‘예쁘게 생겼네~’ ‘밥 사줄까?’하며 칭찬을 하면서 대화를 유도했고 ‘너 귀엽다~ 목소리도 귀엽고’ 하며 계속 칭찬을 해서 무서웠던게 서서히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드라이브를 30분 가량 하고 어두운 곳에 차를 세웠다. 그 남자는 ‘맛있는 것만 사주고 갈 생각이었는데 너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라고 말을 하면서 나와 성관계를 했다. 남자의 원래 목적은 섹스뿐이었음에도 정말 날 좋아해서 성관계를 하나 하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남자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5만원을 줬다. 서로 헤어지고 집으로 온 나는 ‘무섭지도 않고 뭔 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사랑도 받았고 돈도 생겼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무서운 일이었고 뭔 일이 일어난 거고,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사탕발림 말로 몸을 내어준 것이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이때부터 난 어플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한 번 만나고 나니 무섭지 않았다. 돈보다는 전에 만났을 때의 사랑과 관심이 받고 싶어 만났다. 사람이 없는 무인텔을 갔고 만날수록 칭찬받고 예쁨 받는 느낌이 좋았고 외로울 때마다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날 좋아하는 것 같았다. 어느샌가 꾸미는데 들어가는 돈이 많이 들었고 5번 정도 만나서 있던 돈은 다 쓰고 없었다. ‘또 만나서 돈 받으면 되지’하고 생각을 했고 돈이 없을 때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몇 번 만났었다. 나도 모르게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이 돈이 필요할 때마다 만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남자들에게 받은 돈은 내 수중에 오래 있지 못했다. 난 친구들과 놀거나 할 때 돈이 필요했을 때도 만나게 되었다. 만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나 하루에 6번을 만난적도 있었다. 예전에는 알바를 해서 받는 돈으로 아껴서 놀거나 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난 돈이 필요해서 만나는지 만나고 싶어서 쓰는지도 헷갈릴정도였다. 하고 나서 울 때도 많았고 돈을 필요없는데 쓸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만난 남자와 하고 싶지 않은 행위를 했고 돈을 주지도 않고 가버렸다. 다신 이런 남자를 만나기가싫어서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 어플도 지웠다. 16살 여름까지 만나지 않았었다. 그런 다짐도 잠시일뿐 다시 어플을 깔아 사람을 만났고 이 때 만났던 사람은 날애인같이 대했다. 계속 칭찬도 해주고 만나고 나서는 카톡으로 ‘뭐해요? 밥먹었어요?’와 같은 대화를 자주 걸어 오곤 했다. 다시 만나자는 말을 했고 다시 만났을 때 남자는 한 주에 한 번씩 만나자고 했다. 만날 때마다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영화도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 남자는 만나는 것은 자기랑만 만나자고 제안을 했고 난 받아들였다. 그 남자가 여행을 갔다 오면 많은 선물을 줬고 나에게 사랑을 해주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항상 끝은 성관계를 하고 돈을 받았고 난 이런 관계를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중에 어플로 쪽지가 왔다. 10대 여성 성매매 등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다. 카톡으로도 익명으로도 연락해도 된다는 내용에 도움보다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런 생활을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난 예전부터 이런 생활을 그만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지도 못하고 중독되어 버린 것처럼 그만하지도 못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이건 성폭력이 아닌 나의 호기심에 시작된, 내가 원해서 만난 만남이었고 게다가 돈까지 받아서 큰 잘못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난 익명으로 연락을 했고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얘기하고 나니 어떻게 받아들일지 겁이 났는데 아무렇지 않게 카톡으로 계속 연락을 하다가 전화번호를 주고 만나기로 했다. 난 내가 숨겨뒀던 얘기를 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고 십대여성인권센터 쌤을 만나 카페에 가서 친구와 얘기하듯이 얘기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나 말고 다른 애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공허함을 느끼지 않게 해 줬다. 쌤은 어플을 지우고 그만 만나기를 권했지만 난 애인처럼 만나고 있던 그 남자와 계속 만났고 센터에는 비밀로 했다. 그러다 겨울 쯤에 일이 터졌다. 임신을 했고 그런 관계를 하면서 피임은... 임신은.. 왜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무서웠다. 부모님에게는 알릴 수 없었고 내 뱃속에 생명이 있고 난 키울 수도 없었다. 어려서가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는 관계에서 생긴 아기라서였다. 두려움에 떨면서 센터에 전화를 했고 쌤은 날 진정시켜 주며 만나자고 했다. 나 혼자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도 잘못하였고 신고를 해서 나 같은 피해자를 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센터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 물론 신고는 내 자유였고 난 고민을 했다. 내가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알려지는 것도 무섭고 그때서야 내가 너무 큰 잘못을 했고 되돌릴수 없는 일을 했다고 너무 크게 와닿았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고 난 내 잘못에 책임을 지고 싶어서 신고를 해 같이 처벌을 받기로 결정을 했고 센터에서는 내 뜻을 따라주었다. 법률지원을 받아 신고를 하였고 하는 과정에서 많이 울고 힘들었다. 계속 센터를 오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끝까지 갔다.
난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고 부모님에게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게 상처를 받았고 심리상담지원을 받아서 상담을 하며 정신적으로는 안정을 취했고 또래 애들과 어울리면서 전과는 다른 생활 패턴과 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자극적이고 위험한 예전과 다르게 별 거 아닌 생활인데도 평범한 또래 애들처럼 말할 수 있는 고민이 생겼다. 하루에 80만원을 벌고 쓸 수 있는 생활에서 8천원을 쓸 수 있는 생활로 바뀐 뒤 예전처럼 돈을 막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며 안정된 생활을 찾은 지금과 다르게 예전과 같은 위험하고 자극적인 것인 방법으로 돈을 벌면 잠깐의 돈에 의한 행복이오지만 더 큰 공허함과 슬픔을 알았기에 그런 자극적이고 위험한 생활은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 학생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난 나처럼 위험한 경험을 한 친구들이 충분히 도움 받을 수 있고 이런 일을 계속 이어나가지 않고 경험으로 남기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고민없이 무조건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