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실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같이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화가 나는 일도 있으며, 그 슬픔이 너무 깊을 때에는 할 말을 잊고 멍하게 듣고 있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화를 잘 내지 않지만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바보 같은 아이들을 볼 때입니다. 어릴 적부터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죽도록 매 맞고, 급기야 술 취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수차례 당하기도 했지만 아버지니까 용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화가 났습니다.
아버지가 자살하고 아픈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살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아이는 친구와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술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지만 자신이 술에 취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탓하는 모습에 제 속이 타기도 했습니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그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가 어느 정도 눈에 보여 그렇습니다. 상처가 상처를 낫고, 아픔이 부모에게서 자녀에게로 대물림되고, 성격은 점점 삐뚤어지고 날카로워집니다.
가출은 반복되고, 추운날씨에 잘 곳이 없어 PC방에서 채팅을 하다가 성매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성매매를 통해 만난 사람에게 애정을 느껴 만남이 지속되다가 임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버려지면 한없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무가치하게 느껴져서 자해를 하고 자살 시도도 합니다.
사랑받고 싶고,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서....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끊임없이 사랑의 대상을 찾아다니며 상처받기를 반복합니다. 잘못 보면 꼭 상처를 찾아다니는 사람 같습니다. “니가 그러니까 그 꼴을 당하지.” “사람은 심은 대로 거두는 거야.”라고 하며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모진 말로 차갑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모든 책임을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자녀 문제로 상담을 하는 환자의 어머니에게 ‘당신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나요?’라고 물었는데 그분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나만 갖고 그러죠? 우리 엄마는 한 번도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시죠...“ 아마도 자녀문제를 당신 책임이라고 제가 판단하고, 자신을 비난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 “너한테 이제 질렸어. 너 마음대로 해. 니가 언제 내말대로 한 적 있니?”하고 차갑게 쏘아붙입니다. 한참을 뭐라고 하는데 환자도 울고, 욕하다가 엄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성격도 그 사람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비난 받을 나쁜 행동도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행동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이 무너졌고, 폭력은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고, 성격까지도 (마치 거미줄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상처가 회복되어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사람이, 아픈이를 보면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힘들게 번 귀한 돈이지만 더 귀한 일에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상처 받은 아이들을 낫게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 문제지...그건 그 집 문제야....’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고 우리의 아픔입니다. 마침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이네요. 내 안의 평안을, 사랑을....돈과 시간을 나누어 볼까요? 십대여성인권센터도 잊지 마시구요.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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