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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성 입증 못해도… 법은 피해자로 인정, 어른들은 아직 백안시
    등록일2020.06.30
    조회수23
  •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을 피의자로 규정했던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주빈(왼쪽), 지난 5월 18일 n번방 최초 개설자 ‘갓갓’ 문형욱(가운데), 지난 4월 17일 박사방 공동 운영자로 알려진 ‘부따’ 강훈이 각각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윤성호 최현규 기자, 뉴시스


    지난 4월 30일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지 2년 만이다. 아청법 개정에 미온적이던 법무부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입장을 선회한 게 결정적이었다.

    개정법은 성매매에 가담한 아동·청소년이 강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해도 성매매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 구매, 저장한 사람은 물론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전까지는 배포, 판매하는 경우에 한했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아청법 개정을 촉구한 이유는 아동·청소년의 성적 결정권을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29일 “아동·청소년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연령이 아니어서 이용당하기 쉽고 한번 걸려들면 지속적인 성착취 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이 대체로 위기청소년이었는데 최근엔 일반 청소년의 수가 더 많아졌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얼마든지 청소년을 꾀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를 보면 일반 청소년들도 10명 중 1명꼴로 온라인에서 성적 유인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015년 하반기부터 피해자 중 위기청소년 수가 일반 청소년에 역전됐다”며 “접수되는 사례 가운데 일반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라고 했다.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이 피의자가 되지 않도록 법이 바뀌긴 했지만 실제 피해 아동·청소년이 적극 신고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이들을 온전히 피해자로 봐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부터 자녀를 피해자로 보는 데 익숙지 않다. 한 어머니는 딸이 성매매에 연루된 것을 알고 “너 같은 애는 미아리(사창가)에 가야 한다”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아동·청소년을 수사하는 경찰이나 이들을 대하는 심리상담사가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이 바라보는 시선, 성병 등으로 산부인과에 갔을 때 의료진이 보여주는 의아한 반응 모두 아이들에겐 폭력에 가까운 일이다. 그나마 법 개정으로 변호사조차 대동할 수 없던 시스템은 개선됐다. 그동안 성매매 가담 아동·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조 대표는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대응 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를 통한 중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소라넷이 갓갓, 조주빈 등으로 연결됐듯 이들은 어딘가에서 후계자를 양성했을 것이고 이 후계자는 보안성이 더 강화된 매체로 이동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범정부 기구에는 정보기술(IT) 발전을 따라갈 수 있는 기술자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동·청소년에게 온라인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는 문화적 차이를 기성세대가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 대표는 “사이버상에서 친구를 사귀고 밥도 먹는 아이들에게 채팅은 어쩌면 숨 쉬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일상일 수 있다”며 “그런 사이버 공간에 있는 유해물질을 치워주는 게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최예슬 구자창 기자



    기사날짜: 2020.06.30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5178&code=111319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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