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경험 당사자 조직 뭉치 토크 콘서트
성매매에 대한 진실과 오해 당당히 밝혀...“당사자 말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안녕하세요...” 지난 23일 밤 중구 소극장 고도.
빨간 조끼를 입고 빨간 모자를 쓴 4명의 여성이 무대에 섰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까만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였다.
힘없는 목소리, 푹 숙인 고개, 죄진 것 마냥 위축된 모습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여성이 입을 뗐다.
“사회는 우리를 ‘성매매여성’이라고 부르죠.
많은 분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이런 우울한 모습을 연상해요.
하지만 우린 피해자로 남기 싫어요.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말이 끝나자 여성들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들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입니다!”
관객석에서 큰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과거 성매매에 참여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들은 집장촌, 다방, 룸살롱 등 업소에서 10~20년을 일한 성매매 경험자들이다.
4명의 여성은 성매매여성을 둘러싼 편견, 성매매에 대한 오해들에 대해 답하며 진실을 얘기했다.
이들은 성매매가 “내발로 갔으니까 자발이긴 해도 내 발로 나오지 못하니까 비자발”이라며
자발과 비자발의 애매한 경계임을 강조했다.
“너희도 즐겼으면서 피해자 인척 좀 하지 말라”는 편견에 답하면서다.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시작하면서 ‘선불금’이라는 족쇄에 묶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을 할수록 선불금에 병원비, 의상비, 밥값 등이 더해져 돈을 갚을 때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다.
“15살 때 가출해 돌아다니다가 어떤 식당에서 저를 받아줬습니다.
밥도 주고 옷도 사주고, 세상에 이런 좋은 사람이 어디 있나 싶었죠.
나중에 250만원을 갚으라고 하더니 저를 집장촌에 팔았어요.
그 250만원을 갚기 위해 일하다보니까 10일 만에 빚이 1000만원이 넘더라고요”
“저도 최대 3000만원 벌어봤지만 이건 의미가 없어요.
장부에만 적힐 뿐이죠.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이유로 수입의 절반 이상을 업주가 가져가요.
여기에 관리비가 들어가면서 결국 여성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없는 셈이죠.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이들은 성매매 현장이 더욱 악질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성년자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성매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어렸을 때 이 길로 절대 들어서지 않았을 겁니다.
10대 소녀에게 밥도 주고, 옷도 사주고, 큰돈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꼬드기는데
넘어가지 않는 아이가 누가 있겠어요.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성매매 업소는 더욱 치밀하게,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어요.”
공창제 등 성매매 합법화 주장에 대해선
“성구매자들이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한 억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성매매여성들의 사회정착과 자활을 돕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콘서트는 한 여성의 고백으로 마무리됐다.
“20살 때 소개소를 통해 대전 룸살롱에서 처음 일했어요.
어제 살았던 데도 찾아가보고 자주 가던 식당에서 밥도 먹었죠.
업소도 가봤는데 없어졌더라고요.
몇 십 년 만에 이곳에 왔지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른 여성들이 나처럼, 우리처럼 살지 않기를 하는 바람에서 이곳에 나왔습니다.
이론이 아닌 당사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날짜: 16. 06. 26
출처: 중도일보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60626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