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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발적 성매매" 주장에⋯논문 7개 인용하며 "순수한 자발적 성매매 없다" 반박한 판사
    등록일2020.10.28
    조회수643
  • 피고인 12명, 혐의만 21개⋯117쪽 분량 판결문 속 어떤 판사의 양형 이유
    "자발적으로 했다고 아이들을 탓하거나, 가해자들의 죄책을 줄여주는 것이 합당하겠는가"
    끝도 없이 적혀나간 범죄 혐의. 총 21개. 총 117쪽 분량의 이 판결문에는 범죄에 가담한 피고인 12명의 잔인한 악행으로 가득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끝도 없이 적혀나간 범죄 혐의. 가⋅나⋅다 순서로 매겨지는 혐의가 타⋅파⋅하가 되도록 끝이 나질 않아 거⋅너⋅더⋅러⋅머⋅버⋅서에 이르렀다. 총 21개였다. 형사 판결문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형사전문 변호사들조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길이의 범죄 혐의"라고 했다.


    가출 청소년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제안해서 거처에 데려오고, 감금한 채 불법 촬영을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협박해 다시 성매매를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폭행한 범죄 집단에 대한 판결이었다.


    총 117쪽 분량의 이 판결문에는 범죄에 가담한 피고인 12명의 잔인한 악행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눈여겨 봐야 할 대목도 있었다. 바로 양형 이유다.


    "성매매는 권력에 의한 비(非)가시적 폭력 상황"이라고 운을 뗀 후 "성매매를 단순히 자유로운 개인 간 등가적인 교환이라 보는 건 성맹적(性盲的⋅gender-blind) 시각"이라는 지적을 지나 "순수한 자발적 성매매는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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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건만남에 나선 가출 청소년을 사냥하듯 타깃 삼아 범죄를 저지른, 일명 '조건사냥 사건'으로 알려진 '울산 가출 청소년 집단 성매매 강요 사건'.


    지난 8일 나온 이 판결문에 담겨있는 한 판사의 고민을 정리해봤다.


    "자발적 성매매" 주장에⋯박주영 부장판사 "순수한 자발적 성매매 없다"

    이 사건은 피고인 12명에게 전부 유죄가 선고됐다. 징역형을 합치면 도합 102년이다. 이들은 피해 청소년들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강요된 성매매 알선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울산지법 박주영 부장판사는 7개의 논문을 인용해서 그런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논증한다.


    첫 번째로 인용한 논문은 "자발적 선택과 구조적 강제 담론의 경합을 통해서 본 성매매 관련 주요 결정의 분석"이다. 이 논문은 지난 2016년 선고된 헌법재판소 결정문 중 소수의견을 인용한다.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는 대목이다.


    "한쪽 성별이 대부분 구매자가, 다른 쪽 성별이 대부분 판매자가 되고 그에 대한 낙인효과도 판이한 현실에서 성매매를 단순히 자유로운 개인 간의 등가적인 교환이라는 성맹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며 "그 대신 성별화된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점으로 연결시킨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과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 법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제6회 법원의 날 표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과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왼쪽에서 두 번째) 등 법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제6회 법원의 날 표창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제공


    또한 박주영 부장판사는 "순수한 자발적 성매매는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피고인들이 "경제적인 이유 또는 주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마음 등 다양한 약점을 이용한 이상 그와 같은 사정(=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처럼 보이는 외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일부 자발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게다가 이번 사건 피해자는 미성년자들이었다. 박 부장판사는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보다 세심하고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성매매에 응하는 청소년들은 성구매 남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험(변태적 성행위의 강요 등)을 방지하기 위해 또래 남성 포주 또는 성인 알선업자에게 기대게 된다"
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게 의지한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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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위험에서 해당 청소년을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원하지는 않는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의 형태로 오히려 더 심각한 착취에 이른다"고도 지적했다.


    "낮에는 멀쩡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밤만 되면 성을 산다"

    이 판결문 말미에는 박주영 판사가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서 느낀 점을 토로한다. 성매매에 나선 너무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있다는 점을 절절하게 안타까워한다.


    "형사합의부 사건의 5할 이상은 성범죄고, 그중 상당수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이라며 "이는 문명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이거나 범죄"라고 말한다.


    나아가 성범죄나 성매매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위선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관공서에서, 사업장에서 낮에는 멀쩡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밤만 되면 성을 산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우린 모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는 극도로 분개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남성들이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단기 성적 욕구의 해소수단으로 삼으려 혈안이 돼 있다"며 "이들은 철저히 이중적"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는 아무리 많은 사건을 처리해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자발적으로 조건만남에 나섰다고, 스스로 사진을 전송했다고 아이들을 탓하거나 가해자들의 죄책을 줄여주는 것이 합당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한 법관의 토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반성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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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걸려 신음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왜 이런 거미줄에 걸렸냐고 탓하지 않고 거미줄을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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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날짜: 2020.10.21

    출처: https://news.lawtalk.co.kr/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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