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 청소년들, 성구매자 신고 꺼리는 이유
“저도 처벌받잖아요. 부모님이 아시면 어떡해요?”
서영(18·가명)이의 답은 한결같았다.
성매매를 강요해 온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자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사의 권유에 대한 답이었다.
서영이는 2013년 초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한 30대 남성을 만났다.
‘조건만남’을 위해서였다. 용돈을 벌기 위해 잠시 만나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남성은 관계가 끝나고도 집요했다.
성매매를 거부하는 서영이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
그러면 나뿐 아니라 너도 처벌받게 될 것”이라며 협박했다.
서영이는 심각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폭식을 하고 여러 차례 자살 시도도 했다.
결국 협박에 못 이겨 성매매를 계속했다.
같은 해 11월, 서영이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센터에서 사연을 털어놨다
이 남성을 경찰에 고소하는 데는 그 이후에도 석달이 더 걸렸다.
이 남성은 ‘아동·청소년이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영이는 다행히 강요에 의한 성매매였음을 인정받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서영이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다행인 경우다.
상당수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은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를 당하면서도 성구매자 신고를 꺼린다.
그러면서 성매매의 굴레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이 위력이나 위계,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한 경우가 아니면 피해자로 보호하지 않는다.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해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이 처분이 청소년들에겐 사실상 처벌과 비슷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소년원엔 가지 않지만 보호자 등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경미한 1호 처분을 받아도 가족들에게 성매매 사실이 알려진다.
최대 처분인 10호 처분을 받으면 소년원에 송치되기도 한다.
실제 아청법상 유사 성행위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양도 지난해 12월 대전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현장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를 자발적 행위로 간주하고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지적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현장 상담사나 변호사가 만나본 성매매 청소년들은 대개 빈곤,
가정폭력 등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매매를 연루된 경우가 많다”며
“직접 얘기를 들어도 성매매와 성폭력을 구분하기 힘든데,
대상청소년과 피해청소년을 무 자르듯 구별해서 지원을 다르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는
“10호 처분을 받을 경우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있어야 해 구금과 다름없다”며
“보호 처분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사실상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대상청소년들이 성구매자를 신고해도 수사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검사의 국선변호인 지정 등에 관한 규칙을 보면,
대상청소년들은 국선변호인 지원 대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성범죄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대상청소년은 국선변호인의 도움 없이 자신의 피해를 진술해야 한다.
강정은 변호사는 “청소년의 경우 성매매와 성폭력이 혼재돼 있다”며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 피해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자체가 법적 지원 여부에 달려 있는데
수사관에 의해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되면 그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범죄에 연루된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법적 지원이 확대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숙 변호사는 “성매매에 나선 청소년에게도 성범죄 피해 청소년에 준하는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 지원을 보장하고 처분보다는 교육과 선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남윤인순 의원은 2014년 8월 성매매 청소년을 모두 ‘피해자’로 보고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아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사날짜: 16. 04. 12
출처: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