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변호사의 서울 현장 일기]술에 취한 여고생이 잠든 사이 일어난 성폭력

등록일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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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만난 영은이

오늘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만단 또 다른 소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7살 영은(가명)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엄마의 손길이 아직 많이 필요한 나이지만

엄마는 공장에서 3교대로 일하시느라 늘 바쁘다.

영은이의 아빠와 엄마는 영은이가 아주 어릴 때 이혼했다.

영은이는 그 이후로 아빠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당당해보였던 영은이와 이야기하던 중

아빠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영은이의 두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20대 오빠들과 함께한 술자리

영은이는 가끔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갖는데 아직 고등학생이어서

술집에는 갈 수 없지만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모텔에 들어가 마시곤 한다.

어느 날 친한 후배한테서 착한 오빠들이 있는데 함께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받고 영등포역으로 나갔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세 명의 오빠들은 술과 안주를 사서 영은이를 데리고 모텔로 갔다.

나오기로 했던 후배는 곧 나갈테니 먼저 마시고 있으라고 하고는 결국 나오지 못했다.

후배의 말대로 오빠들은 착한 것 같았다. 서로 할 이야기가 떨어지자 게임을 했다.

영은이는 자꾸 게임에서 져서 벌주를 마시게 되었고 계속되는 벌주에 그만 마지막 잔을 입어 털어 넣은 뒤 정신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 불 꺼진 모텔방 침대에는 영은이와

어제 술을 같이 마셨던 세 명의 오빠 중 한명이 누워있었다.

영은이는 자신과 오빠 둘 다 옷을 다 입고 있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어제 자신이 실수한 것은 없는지 물었다.

오빠는 어제 영은이가 너무 취해서 침대에 눕혔고,

자기들끼리 더 마시다가 오늘 다른 스케줄이 없는 자신이 돌봐주기 위해 남았다고 말했다.

오빠는 영은이에게 택시비를 쥐어 주면서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냈다.

영은이는 오빠의 친절에 감사했고 좋은 오빠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한 자신과 오빠의 동영상

그러던 어느 날 영은이는 우연히, 영은이에게 택시비를 쥐어서 보내준

그 오빠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영은이를 강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은이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 사이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

나아가 그 장면을 일행 중 한명이 동영상으로 찍어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심을 느꼈다.

영은이는 이 사실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영은이와 상담한 결과 영은이에게 생긴 일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④항 위반 아동·청소년에 대한 준강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또 영은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카카오톡 대화방에 게시한 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위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한다.

영은이는 동영상을 찍을 당시 촬영에 동의하거나 공연하게 전시할 것을 허락한 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설사 피해자가 촬영에는 동의한 경우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이를 공연하게 전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급증하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와 처벌의 공백

최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발생한 성범죄는 모두 57,077건이고 이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전국 평균 34%에 달한다.

아직 판단력과 위험대처능력이 미숙한 미성년자는

성인 여성에 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 성범죄에 대한 안이한 인식,

스마트폰 채팅앱의 활성화와 규제미비 등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미성년자의 경우 성폭행과 성매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대개의 경우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사주거나 숙식을 제공한 후 그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는데

십대 아이들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13세 미만이라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의율할 것이나,

13세 이상은 폭행·협박의 점, 또는 위계·위력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아이들은 성관계를 거부하기는 하지만 겁을 먹거나 위축된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항거 불능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 정의도 애매모호한 ‘위계나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되기는 더욱 어렵다.

판례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중하기 때문에 그 인정범위를 매우 좁게 판단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가를 제공하고 아동·청소년의 성을 산 행위로만 처벌이 가능한데

이 역시 대가가 없었다거나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면서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이는 십대와 성관계를 했어도 서로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대화내용이나

편지 등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무죄가 선고되는 사법부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이들의

성은 법률적으로 온전히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 영은이의 경우에는 영은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에 대한 준강간을 주장할 수 있지만,

만약 영은이가 술에 완전히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가 있었더라면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라는 자각이 있어야

영은이와 함께 술을 마신 ‘착한 오빠들’은 23세가량의 청년들이다.

이들이 술자리를 제공하고 성을 탐하는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그것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로서 중하게 처벌되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장난삼아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깊은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고 그로인해 처벌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였다면

함부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은이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오빠들을

고소하고 경찰서에서 침착하게 피해자 진술을 마쳤다.

착한 오빠의 가면을 쓴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전화 : 02-6343-1318/ 02-6052-1318, 후원계좌 : 우리은행1005 302-181979, 예금주 십대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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