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닌가? 만약 성매수
'대상', 즉 '피의자'로 규정돼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은 23일 국회에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대상청소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2010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 최초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경로 중 인터넷 채팅은 78.4%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아청법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하고 있다.
아청법 제2조에 따르면 성매수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닌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돼 범죄의 피해자들이 '보호처분'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형사처벌과 같은 절차를 거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십대여성인권센터 운영위원 박숙란 변호사는
"대상 아동·청소년이 되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분이 돼 경찰조사를 받는다"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이나 성폭력·성매매 가해 청소년과 같은 수준의
보호처분이며 심지어 성매매처벌법상 성인에게 이뤄지는 보호처분보다도 중한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을 삭제해 피해아동청소년이
피의자로 처벌받을까 두려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피해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란희 푸른꿈터 원장은 성매매피해 청소년을
단일 범주로 통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에서 성매수가 된 청소년 또한 '문제아'라는
낙인과 함께 성매매 유발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며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엄연한 성적 착취이며 인신매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을 근본적으로
'(구조적) 피해자'로 보는 발제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성 연구위원은 "법은 도덕이 아니라 사회안정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있어야 한다"며 "환경 영향이든 선천적이든 모든
아동·청소년을 순진무구한 범죄의 대상만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공동대표는 '대상 청소년' 규정을 삭제하고
이들에게 피해자에 준하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더불어 합의된 성관계라 주장하는 성매매도 무조건 처벌하는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원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발제자가 '보호처분'을 국가의 강제처분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라고 접근했지만 보호처벌은 법적으로 '형벌'이 아니기에 이 점에서 아청법 모순은 없다고 지적했다.
고의수 여성가족부 청소년성보호과장은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매매피해 청소년은 엄연한 '피해자'임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성매매 '대상'으로
조사받아 문제라고 지적한다"며 "보호처분 제도로 인해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게 돼 성매수자들이 협박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고 과장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위기가정이나 가정해체 등으로 가출한 상태에서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성숙되지 못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취약한 채 금전적으로
유혹돼 생존을 위해 성매매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 성매매는 사실상 비자발적인데 자발성에 따라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청소년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대상청소년 규정을 없애고 피해청소년 사후관리를 강화해 성매매 재유입 예방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기자
출처: THE300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5032318037616047
